쥘 베른: 그는 미래를 예언했는가 계산했는가
19세기 작가 쥘 베른의 텍스트가 현대 과학과 일치하는 현상을 분석한다. 아폴로 계획의 궤도 역학부터 현대 통신망의 개념까지 단순한 상상을 넘어선 그의 방대한 데이터 수집력과 그 이면에 남겨진 합리적 의문들을 탐구한다.
글쓴이 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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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쥘 베른의 사진
1865년의 카운트다운
1968년 12월 아폴로 8호가 달을 향해 날아올랐다. 발사 장소는 플로리다, 탑승 인원은 3명, 우주선의 무게는 약 32,390파운드였다. 우주비행사들은 임무를 마친 뒤 낙하산을 펼쳐 태평양 바다로 귀환했다. 이 모든 과정은 현대 항공우주 공학의 정밀한 계산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 수학적 도면은 이미 100년 전에 완성되어 있었다. 1865년 출간된 한 소설에 비행 궤적과 물리적 수치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오차는 거의 없었다. 작가의 이름은 쥘 베른이다.
공식적인 초상
쥘 베른은 19세기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공상과학 문학의 선구자다. 해저 2만 리, 지구에서 달까지 등 그의 작품은 시대를 앞서간 상상력으로 평가받는다. 공식적인 문학사와 과학사에서는 그를 당대 최신 과학 지식을 섭렵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추론을 전개한 지식인으로 규정한다. 그는 뛰어난 작가였고 동시에 집요할 정도로 자료를 수집하는 연구자였다. 이것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쥘 베른의 공식적인 초상이다.
오차를 벗어난 패턴
하지만 기이한 점이 있다. 방대한 독서량과 학자들과의 교류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하기 힘든 정확도의 문제다. 공상과 예측은 다르다. 공상이 형태가 없는 구름이라면 예측은 도면 위의 좌표다. 베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기술적 명세와 물리적 수치들은 단순한 문학적 은유가 아니라 공학적 데이터에 가깝다.
전기 동력 잠수함, 헬리콥터, 화상 통화. 그가 묘사한 발명품들은 하나같이 현대에 이르러 실물로 구현되었다. 우연이 반복되면 패턴이 되고 패턴이 통계적 확률을 벗어나면 의도된 정보가 된다. 그는 단지 직관이 뛰어난 소설가였을까. 아니면 현대의 빅데이터 분석가처럼 흩어진 정보의 조각들을 모아 미래의 결과값을 정확히 도출해 낸 계산가였을까.
상상력은 우연을 만들 수 있지만 정확한 좌표와 물리적 치수는 우연의 영역을 벗어난다.
예언이 아닌 계산의 증거들
아폴로 계획의 원본 도면
지구에서 달까지에 등장하는 우주선 콜롬비아드와 아폴로 8호의 유사성은 통계학적 이례성에 가깝다. 베른은 발사 기지로 미국 플로리다주를 지목했다. 지구의 자전 속도를 이용해 우주선의 탈출 속도를 확보하려면 적도에 가까워야 한다는 물리학적 이유에서였다. 미 항공우주국이 케네디 우주센터를 플로리다에 건설한 것과 정확히 같은 논리다.
가장 건조한 사실은 치수와 궤도 역학에 있다. 소설 속 콜롬비아드는 높이 3.65미터 무게 19,250파운드의 원뿔형 캡슐이다. 실제 아폴로 8호의 사령선은 높이 3.23미터 무게 26,275파운드였다. 탑승 인원은 동일하게 3명이었다. 지구 귀환 시 대기권 마찰을 견디고 태평양에 착수하는 방식마저 일치했다. 베른은 당시 사촌이자 수학자인 앙리 가르세에게 궤도 계산의 자문을 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1860년대의 제한된 물리학 지식만으로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초속 11킬로미터의 탈출 속도를 산출하고 달의 중력장 진입을 이토록 정밀하게 묘사한 것은 단순한 자문을 넘어선 결과물이다.
130년간 봉인된 예측 모델
1863년에 집필된 20세기 파리는 베른의 작품 중 가장 논쟁적인 텍스트다. 이 원고는 출판사로부터 너무 비관적이고 실현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원고는 금고 속에 방치되었다가 1989년에야 증손자에 의해 발견된다.
130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이 책에는 1960년대의 거대 도시 풍경이 건조하게 묘사되어 있다. 가솔린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문서 전송 기기, 유리로 뒤덮인 마천루, 그리고 전 세계를 연결하는 전신망이다. 베른은 정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을 타고 전 세계로 즉각 공유되며 복잡한 금융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처리되는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이는 현대의 글로벌 통신망과 금융 네트워크의 정확한 초기 모델이다. 당시 출판사가 이 원고를 거절한 진짜 이유는 문학적 가치의 부족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당대의 인지 능력을 완전히 벗어난 지나치게 구체적인 기술 보고서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잿더미가 된 데이터베이스
합리적인 의문의 끝은 베른의 정보 수집 방식과 말년의 기행에 닿아 있다. 그는 전 세계의 과학 잡지, 논문, 신문 기사를 닥치는 대로 스크랩하며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현대의 예측 모델링과 유사한 방식으로 기술의 발전 방향을 역산해 낸 것이다. 이 지점에서 그는 예언자가 아니라 고도로 훈련된 정보 분석가에 가깝다.
긴장감은 그의 마지막 순간에서 발생한다. 1905년 사망을 며칠 앞둔 쥘 베른은 아미앵의 자택 서재에서 자신의 개인 노트와 미출간 원고, 평생에 걸쳐 수집한 방대한 스크랩 자료를 벽난로에 던져 넣었다. 재가 되어버린 문서의 양은 막대했다. 그는 인류의 기술적 진보를 그 누구보다 정확히 도면화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생의 마지막에 자신의 연구 궤적을 철저히 지워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불타버린 종이들 사이에는 무엇이 적혀 있었나.
시간을 역산한 자의 침묵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쥘 베른의 정확성은 집요한 자료 조사와 천재적인 분석력이 빚어낸 성취다. 우리는 그가 시간을 넘어온 여행자라거나 초자연적인 힘을 빌렸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의 지적 성취를 깎아내리는 일이다.
그러나 1860년대의 책상 위에서 우주선의 궤도 역학을 계산하고 100년 뒤의 글로벌 통신망을 도면화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서늘한 경이로움을 안겨준다. 정보는 치밀하게 축적될 때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쥘 베른은 당대 누구보다 선명하고 거대한 거울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서재의 벽난로에서 태워버린 마지막 거울 조각들이 무엇을 비추고 있었는지는 영원한 미지수로 남았다.
우리는 19세기의 낡은 책상 위에서 쓰인 미래의 어느 한 챕터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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